사람들은 종종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봐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영화 코블러(The Cobbler, 2014)는 이 흥미로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판타지 코미디 영화다. 뉴욕에서 4대째 구두 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한 남자가 어느 날, 신발을 통해 타인의 삶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단순히 판타지적 요소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을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주인공 맥스(아담 샌들러)는 평범한 삶에 지쳐가던 중, 오래된 수선 기계로 인해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된다. 그는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그들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삶을 직접 체험하면서 점차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이 능력은 단순한 재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영화는 맥스가 타인의 삶을 체험하며 느끼는 감정과 깨달음을 통해 ‘진짜 이해’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단순히 타인의 삶을 흉내 내는 것만으로 그들의 고통과 고민을 공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을까?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마법을 만나다
뉴욕의 작은 구두 수선 가게. 맥스 심킨스는 대를 이어 운영 중인 이곳에서 하루하루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구두를 맡기러 오는 손님들과 형식적인 대화를 나누고, 옆집 이발사 지미(스티브 부세미)와 가벼운 잡담을 하는 것이 그의 일상의 전부다. 맥스에게 삶은 특별할 것 없는 지루한 연속이다. 아버지(더스틴 호프만)는 오래전 가족을 떠났고,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면서도 그는 그녀에게 제대로 된 행복을 안겨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자신의 존재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어느 날 그는 우연히 가게에 있는 오래된 수선 기계를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맥스는 자신이 수선한 신발을 신자마자 신발 주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능력을 얻게 된다. 외모뿐만 아니라 목소리, 심지어 지문까지 완벽하게 복제된다. 처음에는 이 능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랐지만, 그는 점차 신발을 바꿔 신으며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하는 데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타인의 삶을 ‘체험’하는 즐거움과 한계
처음에 맥스는 이 능력을 장난스럽게 사용한다. 초등학생의 신발을 신고 짝사랑하는 여인을 몰래 지켜보거나, 잘생긴 모델 애인을 둔 남자로 변신해 그 삶을 엿보려 한다. 새로운 인생을 ‘플레이’하는 것은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그는 곧 이 능력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맥스는 변신한 모습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점차 이를 통해 선한 행동을 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오래전 집을 나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신해 그녀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동네에서 탐욕스러운 부동산업자 엘라인(엘렌 바킨)에게 쫓겨날 위기에 처한 솔로몬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직접 나서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맥스는 점점 변해간다. 타인의 삶을 ‘경험’하는 것이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그들의 감정과 아픔을 이해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것이 단순한 변신이 아닌 ‘책임’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시간이 걸린다.
영화의 강점: 유쾌한 판타지와 감동적인 메시지
코블러는 기본적으로 가벼운 판타지 코미디 영화지만, 곳곳에서 일상의 삶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먼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타인의 삶을 직접 체험한다’는 설정 자체다. 다양한 조연 캐릭터들의 신발을 신으며 맥스가 변신하는 과정은 코미디적인 재미를 주면서도, 각 캐릭터가 가진 개성과 사연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또한, 변신한 맥스를 관객들이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빨간 머플러’를 두르게 한 연출도 재치 있는 디테일이다.
또한, 아담 샌들러 특유의 유머가 영화 전반에 녹아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맥스가 변신한 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는 장면들은 가볍게 웃음을 유발하며, 변신을 통해 벌어지는 코미디적 요소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에 머무르지 않는다. 특히,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장면이나 솔로몬 할아버지를 돕는 과정에서는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타인의 신발을 신는다는 것이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결국 ‘공감’과 ‘책임’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순간들이다.
아쉬운 점: 개연성 부족한 전개와 어설픈 반전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를 보인다. 특히, 반전을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판타지적 설정 속에 묻어버린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맥스와 아버지의 재회 장면은 감동적인 순간이지만, 판타지 요소가 너무 강조되면서 극의 감정선이 다소 흐려진다. 현실적인 감동을 더 살리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더라면 영화의 메시지가 더욱 강하게 전달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맥스가 점점 더 능력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그의 변화가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졌다면, 이야기의 몰입도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결론: 우리는 매일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가?
영화 코블러가 던지는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우리는 정말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을까?’이다. 맥스는 신발을 신으며 여러 사람의 삶을 ‘체험’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삶을 살아가는 이유’ 임을 깨닫는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만으로 그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오늘 하루 내가 신은 신발은 어떤 길을 걸었을까? 내가 지나친 누군가의 신발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었을까?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배합한 코블러, 가벼운 유머 속에서도 삶에 대한 작은 깨달음을 안겨주는 영화다.
코블러(The Cobbler, 2014) 공식메인예고편